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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9대 대통령 선거 “상식이 통하는 대통령 선출”
    제19대 대통령 선거 드디어 “상식이 통하는 대통령”이 당선돼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배석환 발행/편집 전체 투표자수 42.479.710명으로 투표자는 32.807908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체 77.2%라는 역대 최고치의 투표율을 보이며 문제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경기도는 전체 투표인수 10.262.309명이며 투표자는 7.916.009명으로 전체 77.1%로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천시의 경우 전체 선거인수 167.841명으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121.841명이 참여해 72.7%를 기록했다. 득표 결과를 보면 문제인 후보 44.109표를 득표했으며, 홍준표 33.301표, 안철수 26.695표, 유승민 7.913표, 심상정 8.489표로 각각 득표했다. 이천에서도 문제인 후보가 10.800표를 더 득표해 이천시도 그동안 ‘나무만 꼽아도 된다’는 편견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천시는 그동안 여당의 강세지역으로 여당의 강세지역으로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여 왔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으로 조병돈 이천시장에게 당연하게 공천권을 줬어야 했으나 당시 유승우 국회의원은 심사가 뒤틀렸는지 조병돈 시장을 배제하고 과거 이천시 부시장을 지냈던 김경희 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끝이지 않고 조병돈 시장에 대해 ‘공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났었다. “정치에는 피도 눈물도, 친구도 없었다.” 이런 것이 “비상식적인 공천”이라고 이천 시민들은 유승우 전 국회의원에 대해서 비난이 끝이지 않았다. 결국, 조병돈 시장은 그동안 몸담고 있던 새누리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 결국은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승리했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권을 배제했던 유승우 국회의원의 부인이 시장 공천권을 팔아먹고 금품을 수수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당시 시장 공천을 배제했던 이유에 대해서 이천 시민들은 “그 때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고 “유승우 국회의원 구속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유승우 국회의원은 구속을 면하고 부인이 구속돼 징역살이하며 유승우는 옥바라지를 해야 했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하는 사람만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고 조병돈 시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현 대통령을 있게 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이천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아 ‘부강한 나라’ 외세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 ‘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라’ ‘상식과 정의가 흐르는 나라’ 아름다운 이천은 사람이 먼저인 이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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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10
  • 지금이야말로 교육 목적의 재정립을 시도할 때다
    ▲ 배경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교육의 목적은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고, 교육제도는 그런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계된다. 그 중에서도 대학입시제도는 특히 그 중요도가 높다. 그럼에도 어떤 제도도 대상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고 수많은 변천을 겪어야 했다. 제도의 개선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제도 자체보다 앞서 제도의 목적이 잘못 설정된 데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더 나은’ 대학입시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인재양성의 ‘목적’을 올바르게 재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학생부종합전형: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고려하는 입시제도인가 대학입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이 그것이다. 정시모집은 수학능력평가 시험에 응시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수시모집은 학창시절의 생활을 통해 학생들의 특기와 재능을 파악해서 선발하는 제도이다.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기준으로 대학에 입학시키는 수시모집의 한 요소이다.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하고, 관련 활동을 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대학은 학생들의 생활을 검토하고 자질을 평가한 다음에 선발한다.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대학교 측은 충분히 검증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으니 좋다. 윈-윈(win-win)인 셈이다. 그렇지만 학생의 잠재능력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수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가 되기 쉽다. 여기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이 다수 드러난다. 학생들의 늘어나는 부담 흔히 과거 수능세대(참여정부 시절)는 입시의 삼대요소인 수능+내신+논술을 가리켜 ‘죽음의 트라이앵글(Triangle)’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고 입시에는 육대요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위의 삼대요소에 ‘비교과활동+자기소개서+면접’이 더해진 것이다. 이를 가리켜 한겨레신문에서는 ‘죽음의 헥사곤(Hexagon)’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너무 복잡하다. 대학과 학과에서 적용하는 입시전형은 셀 수 없이 많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어떤 적성이 있는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아니면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를 찾아서 그 학과에 가장 유리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 쌓아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해당 대학교의 특정 학과에만 유리한 준비이고,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학교로 가버리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하나만 보고 준비를 하다가는 재수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은 수시를 준비하면서 또 정시를 준비한다.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둘째, 사교육 시장의 다양화와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이런 수요의 충족을 위해 사교육 시장이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추가된 삼대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컨설팅해주는 사교육이 등장했고, 전공 분야의 교수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 면접 능력을 심화시켜주는 면접학원이 생겼다. 비교과활동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관련 학문과의 관계성을 표현하기 위해 R&E(Research & Education)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 연구보고서에 대한 사교육의 개입 정도도 매우 높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는 R&E보고서 실적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사교육 시장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활성화 되었다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내신 사교육이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수시모집의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질 예정이고, 수학능력평가시험이 ‘패자부활전’ 같은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장차 내신을 위한 사교육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다. 셋째, 생활기록부 기재의 차별이다. 생활기록부의 작성은 교사의 업무이지만, 이에 대한 교사의 물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이렇다보니 편법으로 생활기록부 초안을 학생들에게 작성하게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에서 성적 우수자(명문대에 갈 확률이 높은)들의 초안은 많은 수정과 첨삭이 가해지고, 대다수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학생들이 작성한 것이 그대로 올라간다. 부모의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아 초안을 제출한다. 학생들 스스로 작성한 생활기록부와 교사가 첨삭해준 생활기록부, 그리고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작성된 생활기록부는 차이가 난다. 당연히 자기소개서가 잘 작성된 쪽이 입시에서 유리하다. 넷째,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서열화와 학생 서열화를 인정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신의 경우, 학교별로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가 없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 그리고 시골 고등학교의 내신 1등급을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별로 서열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비슷한 수준의 아이가 온다면 당연히 학교 수준이 높은 곳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 보완장치로 내신의 평균값과 표준편차 등을 고려해서 더 면밀하게 계산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 간의 서열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개별 고등학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명문대학에 많이 보내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당연히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자원을 몰아주게 된다. 연수나 강연 기회가 발생하면 성적 우수자들이 우선적으로 기회를 얻는다. 해당 강연에 흥미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성적 우수자들에게 비교과활동이 집중되는 셈이다. 교내 대회에서도 상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연히 기회가 성적 우수자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학교가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많은 학생들을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목적: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지금까지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함으로 인해서 일반 고등학교에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게다가 학교 내신이 중요시되다 보니 공교육의 정상화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학생부종합전형은 부모의 가용 자원이 많을수록 유리한 입시제도이다. 이는 주요 대학별로 ‘금수저’들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입증되고 된다. 일부러 입시 명문고에서 중간 성적을 차지하는 아이들을 일반고로 보내서 내신 1등급을 얻고, 각종 스펙을 쌓아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이는 수능에만 투자하던 학생들의 노력을 내신에도 쏟게 한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교육기본법에서 주장하는 전인적 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에 유리하기 위해 학교 공부에 ‘집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하고 평등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얻어낸 결실이다. 하지만 일부의 장점보다는 혁파해야할 단점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학입시제도가 좋은지 아닌지를 떠나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어떤 제도가 좋은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교육 목적의 재정립을 시도해야 할 때다 프랑스의 입시제도 역시 우리나라에 지지 않을 만큼 높은 경쟁이 일어난다. 그런데 ‘바깔로레아’라는 입학시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 이 시험은 학문적 지식과 함께 철학적 사고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평가한다. 상위권 대학인 그랑제꼴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SKY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프랑스 교육이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육의 목적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학교 교육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소양을 갖춘 시민의 육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가 교육에 깊숙이 침투해서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의 꿈을 ‘훌륭한 노동력’이 되게끔 만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를 보면,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목적으로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그렇다. 즉, 사회 전체가 학생들을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교육의 목적 자체가 노동력의 공급이다 보니, 모두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기대하는 교육 목적] [부모가 기대하는 교육 목적] 설령, 우리나라의 입시제도가 프랑스의 바깔로레아와 같은 종류의 시험이 되더라도 교육의 목적이 그대로라면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사교육은 횡행할 것이고, 금수저들은 철학 과외를 받으면서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를 독차지하고 살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많은 고민과 철학 공부를 통해 그들의 사고 체계가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강요하며 오로지 자신의 존재를 노동력으로만 규정짓는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니 창의적 인재니 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개념들은 모두 ‘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모든 분야에 적합할 수 있을까. 노동력의 양성을 위함이 아닌 전인적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교육기본법 제2조의 내용처럼, 우리는 실제로 이런 인재를 길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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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17-04-10
  • 의료비 불안의 근원적 해법을 요구하며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와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덜 내거나 소득 있는 피부양자가 무임승차를 하는 것’ 등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오던 사안이다. 특히 이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 사업으로 추진되었고, 1년 동안 관련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완성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보건복지부 장관의 일방적 결정으로 유예되었던 사안이기도 하다. 결국 부과체계 개편은 촛불 혁명과 박근혜 파면으로 다시 살아난 정책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하겠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법률안의 내용과 의미 이번 개편으로 성별과 나이 등을 기준으로 소득을 추정해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던 ‘평가소득’이 폐지된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강보험료도 폐지되거나 줄어든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가 직장가입자인 자녀나 가족에게 무임승차 하던 것도 이제 어렵도록 변경된다. 이들은 무임승차 대신에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또 형제와 자매는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었다. 이 법률의 통과로 직장 가입자들 중에서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월급 이외의 소득이 연간 3,400만 원 이상(1단계)이거나 2,000만 원 이상(2단계)인 고소득자들도 건강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또 ‘7년 동안 3단계’로 진행되도록 설계된 정부안이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5년 동안 2단계’로 변경되어 시행 기간이 2년 앞당겨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면서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전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3조 982억 원이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최종안이 통과되었다. 부과체계 개편은 정책의 목표가 불공평한 부과체계를 바로 잡아서 부담의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은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재정 중립 상태로 부과체계를 개편해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이렇게 중차대한 법안조차 원칙에 어긋나게 천박한 ‘선심성 정책’으로 타락시켜 버렸다. 이는 온 국민과 함께 개탄할 일이다. 여야 정치권의 천박성: 온 국민과 함께 개탄할 일 지금까지 각 정당들은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최소 5조 1,817억 원(국민의당)에서 최대 9조 3,400억 원(더불어 민주당), 또는 9조 4,500억 원(정의당)의 재원을 추가적으로 더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런 내용으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서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해 왔었다. 건강보험연구원의 자료를 근거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시행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에서도 퇴직, 양도, 상속, 증여소득 등 보수 외의 소득을 가진 가입자들로부터 5조 2,897억 원과 금융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1조 3,480억 원 등 약 7조 3,017억 원을 추가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6.12%로 일본의 8.5%나 대만의 9.1%와 비교해도 2/3 수준이고, 프랑스나 독일의 15%에 비하면 거의 1/3수준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이 건강보험료의 적정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은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해 애초 약속한대로 건강보험재정을 증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연간 3조 원이 넘는 재정 적자를 용인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다.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이 중요한 이유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시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차기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제안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3% 수준에서 정체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과 이로 인한 고통은 지속되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증 질환에 걸리면 발생할 고액 의료비 부담은 재난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전체 가구의 88.1%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료로 가구당 월 평균 30만 8,265원을 납부하고 있다.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이런 의료비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이 제안되었다. 전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율을 OECD 평균 수준이 되도록 80%로 높이고, 입원 진료의 경우에는 90%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더해, 비급여 항목을 전면적으로 급여화하고, ‘연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환급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최대 68조 원으로 예상되는 2018년도 건강보험료 수입 외에 18.2조 원의 추가적인 건강보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법률에 정해진 대로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의 ‘20%를 국고에서 부담’하는 내용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2.7조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약 7.3조 원을 추가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나머지 8.2조 원(14.4%) 정도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부담하면 된다. 만약, 여야 주요 정당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오던 대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안을 반영했다면, 여기에서 7조 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조성되므로 우리 국민들은 개인당 월 평균 약 8천원, 가구당 월 평균 약 1만7천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으로 의료비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매달 납부하던 민간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기존에 가입한 민간보험은 해지해서 일시불로 환급받거나 나중에 연금과 같이 받을 수 있는 보장성 보험으로 전환할 수도 있게 된다. 우리 국민들은 매월 그 금액만큼을 추가적으로 소비할 수 있고, 중병에 걸려도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는 의료비 보장을 넘어 내수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공약 축소’나 ‘공약 파기’라는 야권 발 트라우마는 생기지 말아야 국민의당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면서 ‘중부담-중복지’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당론을 채택했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의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정책에 대해 ‘심장은 되고 간은 안 된다는 말입니까?’라고 비판하면서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했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정책이 연간 6,000억 원 수준의 국민 부담을 줄이는 정도에서 그쳤고, 결국 보장성을 확충하는 데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므로 촛불 혁명의 수혜를 본 야권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야만 한다. 지난 대선 당시에 공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재벌 대기업들이 가진 민간보험 회사들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문은 이재용-박근혜 뇌물 사건이나 국민연금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 보장 사건으로 인해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부분적인 건강보험 급여 확대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는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수익 구조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여야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당내 경선을 하는 동안 이들 정당들이 기존의 당론과 달리 오히려 ‘건강보험료를 내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소’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가 불안이 엄습한다. ‘공약 축소’나 ‘공약 파기’라는 박근혜 정권에서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서다. 현재 21조 원의 건강보험의 누적 적립금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현재의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2025년이면 약 20.1조 원의 적자로 전환되므로 건강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적립금은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져 필요한 의료이용을 못하게 되어 건강보험 급여가 덜 지출된 결과이고, 정부가 국고지원을 줄이기 위해 흑자를 쌓아 놓고도 급여 확대를 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 돈이 쌓여 있는 것만큼 국민들은 아파도 의료기관을 가지 않은 것이며, 본인부담 의료비를 더 지출하거나 불필요한 민간의료보험에 더 많이 가입을 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이 박근혜 정부와 꼭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연간 150만 명에 이르는 건강보험 장기 채납자 문제도 그대로 남게 되고, 가구당 매달 30만 원이 넘는 민간보험료도 계속 내야 한다. 그러고도 가난한 사람들은 큰 병이 걸리면 치료를 포기하거나 집을 팔아서 치료비를 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국민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큰 병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앞으로도 여전히 의료비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내 삶이 바뀌는 것이 정권 교체: 복지국가가 그것이다 물론 새 정부가 당면할 어려움은 꼬일 만큼 꼬인 외교 문제에서부터 침체한 경제 문제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차기 정부를 이끌 지도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책임이 더 막중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건강보험료 몇 천원 깎아주는 정책이 아니라 솔직하고 정중하게 국민들을 설득하고 어려움을 나누어 가지자고 호소하는 참 용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의료’만큼은 누구라도 차별받지 않고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담대한 선언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서럽고 고통스러운 차별은 바로 ‘의료이용의 불평등’이다. 차기 대통령은 아픈 사람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적어도 의료에서는 형평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분명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이다. 그것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이다. 광화문 촛불 혁명으로 탄생하게 되는 차기 정부에서조차 건강보험료 몇 천 원을 줄여주고 현재의 낮은 보장성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면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탄핵 이전과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국민건강보험의 낡은 ‘저부담 저급여’ 체계를 그대로 지속하려고 보통사람들이 지난 5개월 동안 20회가 넘는 주말을 반납하며 그렇게 끈질기게 촛불을 든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앞으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통과된 부과체계 개편 안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다시 한 번 개정해서 고소득자들에게 부담을 더 지우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니면 부과체계는 재정 중립상태로 개편하되,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연동한 약 25-30%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동의를 얻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차기 정권이 가져야 할 보장성 확대 정책의 목표는 더 이상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라야 한다. 대선 TV 토론에서 비춰지는 후보들의 모습만으로는 누가 바람직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광화문 촛불 시민의 뜻을 계승한 차기 정권의 역할이 단순히 ‘박근혜 적폐 청산’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투표에서 우리의 판단 기준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해답은 명확해진다. 우리의 판단 기준은 정권이 바뀌면 실제 나의 삶이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보자가 복지국가를 만들 의지와 능력이 있는 지도자인지, 이 부분을 명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칼럼
    2017-04-03
  • 안전하고 건강한 직장을 만들어야 하는 진짜 이유
    정 혜 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연간 88,279명이 부상이나 질병을 입었고 995명이 사망했다. 총 90,129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황은 5분에 1명씩 다치고, 5시간마다 1명씩 사망하는 수준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현황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근로자 10만 명 당 영국은 0.5명, 일본 1.7명, 미국 3.3명, 칠레 5.1명, 그리고 멕시코가 7.9명인데, 우리나라는 9.0명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위로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산재 왕국 대한민국의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 이와 같이 높은 산업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추정 금액은 20조4천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보다 무려 106배나 높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산업재해자 중에서 업무상 질병이 차지하는 비중의 심각성이다. 전체 산업재해자 중 업무상 질병자의 비율은 8.8%이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중 업무상 질병자의 비율은 46.2%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업무상 사고로 사망하는 근로자는 사고성 재해자 100명 중 1명인데 비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는 근로자는 업무상 질병자 10명 중 1명꼴이다. 이는 업무상 질병자의 발생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 발생하는 업무상 질병자의 현황을 살펴보면, 정신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2010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 이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직무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얼마 전에 발생했던 고등학교 실습생 콜센터 자살 사건은 우리나라 직장의 현실이 얼마나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에도 구의역에서 컵라면 하나를 남기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19살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임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노동자 건강을 지키는 산업보건 분야에 규제완화라니? 우리나라는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두어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50~300인 규모 사업장의 사업주 비용 부담을 고려해서 외부 기관에 보건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1~2회의 방문으로 보건관리를 수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는 전담 보건관리자를 두고 근로자에 대한 응급처치와 작업환경관리 등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1997년에 시행된 ‘기업 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전담자로 두지 않고, 사업장의 규모에 관계없이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에서 보건관리자를 자체 선임하지 않고 외부 기관에 위탁을 맡기는 경우가 76.2%나 되고 있어서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자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수행할 수가 없고, 지속적인 관리를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기업 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된 초기에는 이법에 의해 75개 조항이 규제완화가 되었는데, 그 중 32개 조항이 삭제되고, 다수의 조항에서 전문이 개정되어 규제완화가 복원되었지만 근로자의 안전 및 생명과 관련된 산업보건 분야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화된 규제가 계속 남아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관리가 중요한 이유 뿐만 아니라 보건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사업장은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일부 서비스업이 해당되기 때문에 심각한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콜센터와 같은 ‘사업 지원 서비스업’은 아예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센터에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자가 발생해도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이 없고,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 전화상담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담배를 피우면서 해결해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다. 직장에 다니는 모든 근로자들은 스트레스, 과로사, 장시간 근로, 야간 교대근무 등에 시달리고 있고,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등 각종 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보건전문가가 사업장에 배치되지 못해 근로자의 건강문제가 갈수록 누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98.8%를 차지하고 있고,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65%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업주 의무사항에서도 제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의 81.6%를2) 차지하고 있다. 결국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와 기업이 산업안전보건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 적극적 산업안전과 보건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근로자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14년 기준으로 44.2세를 넘어섰고, 전체 취업자들 중에서 40세 이하는 37%에 불과하고, 40세 이상의 취업자 비율은 63%로 증가했다. 40세 이상의 중고령 근로자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의 76.8%를 차지하고 있다.3) 이처럼 고령화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근로자 건강관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보건관리자를 채용해서 근로자 건강관리를 수행함으로써 건강한 노동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각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므로 국가가 이를 담당해서 해결해야 한다. 전체적인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국가가 이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 중 37% 가4)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다. 이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대다수 만성질환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상시적 관리를 받게 되면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중장년층의 근로자를 관리하지 않으면 조만간 전체 인구의 25%로 증가할 노인들의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산업보건의 역할도 소극적인 산업재해의 방지 및 예방과 직업병 및 작업 관련성 질환의 관리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사업장 근로자 대상 건강증진사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복지국가의 건강한 근로자와 안전한 직장을 기대하며 특히 우리나라는 2차 산업인 제조업보다 3차 산업인 서비스업 종사자가 훨씬 더 많고, 고용형태도 전체 근로자의 반이 비정규직이며,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근무형태도 다양해지고 산업보건 관련 문제도 변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근로자의 건강은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어 산업적 수요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이전의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산업보건 문제를 적극적인 기업 활동 지원 정책의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 의무고용 완화, 안전관리자 겸직 허용, 안전관리 외부 위탁 등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기업 지원 활동의 한 축으로 산업보건을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300만개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약 6,000명 정도의 산업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사업체를 담당해서 근로자 건강관리 지원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부담도 덜어주고 근로자의 건강도 보장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산업보건 전문 인력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돌볼 수 있다면 산업재해도 예방하고, 고령화 시대의 건강한 노동력도 확보할 수 있어 산업 활동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장차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는 건강한 근로자와 안전한 직장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기업 활동도 촉진할 수 있길 희망한다. 그래야 선진 복지국가에서 보는 것처럼 노동자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노동권이 전반적으로 신장되고, 그 속에서 국민의 행복 수준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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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28
  •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공약하라
    ▲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대한민국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한명 한명이 지금 당장 헌법상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차별적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다.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에 따라 육아와 보육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복 수준은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경제적 능력과 품성의 수준이 낮은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태생의 운(불운) 때문에 이후 지속적으로 불안정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불행을 아동학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우리 사회의 야만적 모습 서울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2015년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센터 등의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112에 신고가 들어온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모두 2,325건이었다. 이 중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1,179건이었다고 한다. 서울에서만 하루 3.23건 꼴로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친아빠(49.4%), 친엄마(31.3%) 등 친부모가 80.7%인 것으로 조사됐고, 보육교직원(3.1%)과 교원(2.7%)에 의한 가해는 비교적 미미했다. 아동학대가 이루어진 장소 역시 가정이 82.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교는 3.6%, 어린이집은 2.9%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4년 1만7791건이었는데, 2016년에는 2만9669건으로 늘었다. 2년 사이에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약 1.7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건수도 2014년 14건에서 2016년 36건으로 늘어났다. 2년 사이에 약 2.6배나 늘어난 것이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들로 인한 가정 내의 아동학대와 이로 인한 아동의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이 이렇게 야만적으로 진행되면서도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데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부장적 문화이다. 가부장 문화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겠다. 이것을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좋게 보자면 처자식을 부양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가장의 강한 책임성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는데, 실제로 이는 지금까지 가부장적 요소가 역사적으로 긴 세월 동안 인정을 받아온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은 삐뚤어진 가부장 문화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고, 게다가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경우 가부장적 문화는 가장이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간주하도록 한다. 이는 부모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아동학대는 부모가 함께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아동 보호의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의 책임 강화해야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이며, 어떤 이유로든 아동에 대한 폭력인 아동학대는 잔혹한 범죄라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 시스템은 이런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제대로 작동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지만, 이후의 조치는 강력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법적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학대받는 아동들에게 제도적으로 양질의 보호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절대 다수의 학대받은 아동들은 다시 원래의 학대받던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삐뚤어진 가부장적 문화마저 인정되어선 곤란하다. 그래서 지금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과감한 개혁이 시급한 것이다. 작년 말에 발표된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지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역의 아동권리 보호 수준은 그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아동복지 예산 수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각 지역의 복지 능력의 차이가 해당 지역 아동들의 권리 보호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동 권리 보호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동복지 분야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대도시처럼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좋은 곳에서 태어난 아동들은 보호를 잘 받게 되고 가난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은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동 권리 보호의 지역 간 불평등이 크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의 재정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아동 권리 보호의 지역 간 형평성을 보장해주는 조정과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아동 권리 보호의 정도가 정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정부의 아동복지 예산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이것은 아동 보호를 통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 만들기의 기초가 되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동복지 예산의 비중이 매우 작다. 실제로 아동 및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은 GDP 대비 1.5% 미만으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17년 아동 보호를 위한 중앙정부 예산은 236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아동 보호를 위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 보편적 보육에도 불구하고 보육 불안이 큰 이유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각종 육아 정보나 적절한 육아 관련 지식과 교양도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돼 있다. 많은 경우, 이런 ‘육아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현재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7인데, 우리나라는 1.24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2016년 합계출산율은 1.17로 추락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 데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청년들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든지,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나 긴 노동시간 때문에, 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저출산 이유들 외에도 ‘육아 부담’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국가의 보편적 보육을 통해 육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일정하게 출산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영·유아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성공할 확률이 유의하게 더 높다고 한다. 실제로 학력과 수입이 더 높고, 범죄율은 더 낮다. 그래서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영·유아 교육을 누가 담당하느냐, 이 문제가 중요하다. 집에서 전업주부인 엄마가 혼자 담당할 수도 있고, 보육시설에서 담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엄마 혼자 영·유아를 양육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영·유아 때부터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의 돌봄과 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교류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욕과 자제력 같은 덕목들을 익히게 되는데, 이때 형성된 인성과 사회성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 그러므로 국가가 제공하는 보편적 보육은 모든 아이들의 기본적 권리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3월부터 ‘보편적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0∼5세까지 모든 계층의 영·유아들에게 무상보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고 부모가 영·유아를 집에서 직접 돌볼 경우에는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소득계층 구분 없이 0세는 월 20만 원, 1세는 월 15만 원, 그리고 2세부터 취학 전까지는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과 보편적 보육의 교육적 의미를 감안할 때, 어린이집 이용을 포기하고 양육수당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결국 영·유아기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보편주의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의 질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중은 2015년 12월 현재 6.2%에 불과해서 프랑스의 66%나 스웨덴의 72%에 비해 크게 낮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 서비스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급기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는 CCTV 설치 의무화로 대응했다. 그런데 이는 근원적 처방이 아니다. 아동학대는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이 낮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여러 징후들 중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보편적 보육은 아동의 권리이자 성장을 위한 투자다 양질의 보편적 보육이 실현되려면 보육시설의 공공성이 높아져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3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는 최근 수년간의 노력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민간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도 더 많이 요구된다. 그리고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보육 교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자긍심과 사기를 높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어린이집의 일상을 CCTV로 감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이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는 보육 교사의 처우와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동 대비 보육 교사의 수는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고, 임금도 최저임금에 가까울 만큼 낮다. 이런 상태를 방치한 채 양질의 보육과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를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차 보육 교사가 초등학교 교사처럼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학적 평가를 보더라도 6세 이전의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게다가 보육 교사는 여성 친화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양질의 보편적 보육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선제적 투자다. 어린이집을 통한 보편적 보육은 ‘육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엄마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을 하거나 취업준비 또는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서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 무상보육으로 인해 늘어난 어린이집 일자리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될 수 있는데, 이것도 경제 성장과 직결되는 것이다. 아동수당도 없는 나라에서 저출산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아동수당이 제안된 이후 실제로 영국에서 보편주의 원칙의 아동수당이 실현되었다. 1945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1945년 가족수당법을 제정했고, 1946년 16세 미만의 둘째 아이를 가진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제공했다. 그리고 1977년부터 첫째를 포함한 16세 미만의 모든 아동들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2013년부터 보수당 정부는 재정의 제약을 이유로 연간 5만 파운드 이상의 고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아동수당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모두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국가에 따라 16세 또는 18세 미만까지 월 15~2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미국, 멕시코, 터키, 그리고 우리나라만 아동수당이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92개 국가에서 아동수당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저출산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이렇게 된 데는 아동수당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을 했다. 아동수당은 보육과 함께 ‘육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기본적인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아동수당 제도가 아예 없고 보육은 질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양승조 의원 등이 아동수당 관련 법안 4건을 발의했는데 상임위에서 논의도 안 된 채 무산되었다. 그런데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다.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아동수당법은 2018년 기준으로 연간 약 15조 원이 드는 정책이다. 0~2세에게 월 10만 원, 3~5세에게 20만 원, 6~12세에게는 30만 원을 지급하되, 지급대상을 연소득 1억3천만 원 이하 가구로 제한했다. 이렇게 하면 소득 상위 6.8%를 제외한 554만 명의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야당들도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에 우호적이다. 아동수당은 출산율 제고의 기초이자 효과적인 재분배 전략이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동수당, 잘못 도입하면 효과도 없이 돈만 낭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아동수당의 출산율 제고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경제 부처는 아동수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아동수당 제도만 가지고는 출산율의 제고가 어렵겠지만, 아동수당 없는 출산율 제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가 바로 아동수당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수당은 아동 빈곤을 예방하고 아동의 인권을 증진하는 아동에 대한 선제적 투자이자 효과적인 재분배 전략이다. 이에 더해, 아동수당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내수를 진작시키는 중요한 경제 정책의 하나이다. 가령,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으로 연간 15조 원을 투자하면 생산유발효과는 약 38조 원이나 되며, 약 34만 명의 고용이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틀어쥐어야 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보편주의 원칙을 지키는 아동수당 제도가 그것이다.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보편적 소득보장 정책의 하나인 아동수당으로 중학생인 만 15세까지 월 15만 원씩을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770만 명을 대상으로 연간 약 14조 원이 든다. 재정적 여건 때문에 당장 이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만 6세 미만의 아동 모두에게 월 15만 원씩 지급하면 된다. 이 경우에는 274만 명에게 연간 약 5조 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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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20
  • 박근혜 파면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8 : 0으로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인용 판결로 전 국민이 가슴 졸이며 지내왔던 지난 90여 일의 투쟁은 이제 마무리됐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의 열망과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한 위대한 승리였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은 이래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최고 지도자를 축출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명예혁명이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역사적 의의 마음껏 즐거워하고, 서로에게 축하해 주자. 아무리 어려운 집이라도 이날은 치킨과 맥주를 주문하고, 고단한 일상에 지친 보통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맥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아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되었고, 올망졸망 크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앞으로 자랑스럽게 이 날의 그 자리에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7년 6월 항쟁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난 후 30년이 지나서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롭게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변화를 향한 기대와 열망을 담아 광화문 광장의 촛불로 모였고, 폭력이 아닌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의사 표시를 통해 정치권에 적폐의 청산과 거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을 결의했고, 헌법재판소가 주어진 법적 권한에 따라 공정한 판결로 이를 수용한 것이다. 박근혜 파면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의 법적 체계가 제대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피를 흘리는 무력에 의한 혁명이 아니고 합법적 절차에 의한 혁명을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20여 차례에 이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고, 탄핵 반대 세력의 어이없는 작태까지도 참으면서 감수했던 것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탄핵을 반대하던 국민들도 이제는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반발한다면 더 이상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만을 가진 일부 세력이 있을 것이나 국민들 간의 갈등과 분열은 이번 헌재 판결로 결국에는 정리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잘못과 왜곡을 고치고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예정된 정치 일정, 그리고 새 정부가 당면할 상황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사실은 달라질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결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중에도 국정교과서 강행, 사드 배치 강행, 각종 친 재벌 규제 완화 법률 추진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박근혜로 인한 적폐’ 문제는 박근혜와 그 일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횡과 국정농단은 재벌–보수언론–학계–법조계-고위관료-군부 등의 기득권 집단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던 게 분명해졌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파면 결정은 박근혜 개인과 그 일파의 축출일 뿐이며, ‘철의 삼각’을 이루고 있는 이들 기득권 집단들은 여전히 건재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지켜오던 기득권을 쉽게 내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파면은 이들 기득권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사태의 악화를 막아 몸통까지 피해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너무도 명백한 비리와 국민의 압도적인 탄핵 지지를 무시하거나 저지하기에 역부족인 상황도 있었겠지만, 생존에 위협을 느낀 보수 언론과 재벌 등의 기득권 세력이 암묵적으로 동조해주었기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실제로 이들 ‘내부자들’은 여전히 경제력이나 물리력, 그리고 공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기득권을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개혁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4월 초까지 각 정당들의 경선이 이어질 것이고 5월 초순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는 중요한 국정 방향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가진다. 각 후보들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한 공약을 내걸고 TV토론 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적으로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살고자 하는 나라의 모습을 결정하고 이를 이루어줄 권력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통상 1년의 기간 동안 이루어지던 일들이 이번에는 2개월 만에 이루어진다. 검증의 기간으로는 너무나 짧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이 선거 다음 날 바로 출범한다. 총리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되고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신임 총리의 추천과 대통령의 지명으로 각 부처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이후 비로소 신임 장관들이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이 빨라도 2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방향을 반영해서 실무의 집행을 담당해야 할 주요 공공기관 수장들의 상당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용한 사람들일 것이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이 곱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없이 5당 체제로 바뀐 국회는 이미 탄핵 심판 기간 동안 “특검 연장 실패, 황교안 총리 견제 실패, 사드 배치 저지 실패, 상법 개정안 통과 실패, 국정 교과서 추진 중지 실패”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반개혁적인 정치적 입장과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새 정부가 출범해도 국회의 의석 분포를 볼 때 상황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몇몇 정당들이 연정을 해서 과반을 만들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이 계속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복지국가가 돼야 내 삶이 실제로 바뀔 것 새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로 악화된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과 경제 교류를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촛불 혁명을 주도한 국민들은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원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절차들이 너무도 많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그리고 산별노조 확대와 산별 단체협상의 적용 확대 등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국회로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 보장 등 적극적인 노동 개혁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측은 비정규직의 저임금 노동에 너무 익숙하고, 대기업 노조는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노조의 조직율도 너무 낮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원-하청 거래를 정상화하고, 기업 생태계를 복원하며 공정거래가 정착되도록 경제민주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촛불 혁명의 열기를 모아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의 재벌 개혁 방향은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같은 당 내에서도 의원들에 따라 입장이 중구난방이다. 한진중공업 파산으로 촉발된 해운산업의 위기와 거제와 울산 지역의 조선 산업 붕괴는 단순히 지역의 경기 침체를 넘어 자동차와 반도체, 화학 등 5대 주력 산업의 전반적 위기로 확산될 것이며,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들은 줄도산과 파산이 예정되고 있다. 이번 국정 농단의 핵심적인 사안이었기에 어느 분야보다도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검찰과 국정원 등 사정기관과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은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경찰의 기소권 부여, 검사장 직선제 등 실제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백가쟁명의 상태이고, 국정원의 경우 국내 파트 해체 외에는 별다른 개혁 방안도 없는 상태이다. 특히 개혁 대상 기관들의 입김과 권력이 여전한 상태에서 실제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 자체가 차기 정부에서 시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대안 언론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겪었던 언론 상황은 최근 10년간 오히려 더 악화된 상태이다. 보수 언론들은 차기 정부의 개혁을 사사건건 반대할 것이다. 박근혜의 적폐와 비리에 일조한 공중파들은 사장의 교체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편집권의 독립이나 해직 기자의 복직 등을 저지하기 위해 새 정부 흔들기를 지속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자신의 권력을 재생산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실제로 국민들이 당면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무관심하고 무능하다. 문제는 이런 20대 국회가 앞으로 3년간이나 지속되기 때문에 새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해도 국회의 동의와 협력을 얻기가 쉽지 않고 노동관계법이나 상법의 개정, 적극적 증세 등의 획기적인 개혁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지금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선 분들이 일정 수준의 복지 확대나 노동 개혁, 그리고 재벌 개혁과 적폐 청산은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의 혁신적 비전이나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나라의 구체적인 모습을 일관되게 제시하는 분이 아직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로 촛불 혁명 완성해야 한겨울 내내 광화문 광장을 메웠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박근혜 퇴진과 적폐 청산을 계기로 “살만한 나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세월호 참사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로 이어지는 살벌한 경쟁이 아니라 전인적 교육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보다 잘 개발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밤새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교육 환경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촛불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젊은이들은 청년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취업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집이나 소득을 따지지 않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인들의 손을 잡고 광화문으로 나왔던 것이다. 매일 매일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가장과 주부들은 의료비 걱정, 노후 걱정, 집값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국민들이 꿈꾸는 나라가 바로 “복지국가 대한민국”이다. 실체 없이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에서 구현되고 있는 모델이기에 우리가 따라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비례대표의 확대와 다당제의 합의제 정치 체제를 통해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가 생산적으로 정치과정에 수렴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호 역할 분담을 하고, 노동권 보장을 통해 산업 구조의 개편과 고부가 가치 산업이 육성되는 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나라가 바로 복지국가이다. 공공부분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가고,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노후 등의 국민 불안을 없애고 삶의 부담을 덜어주는 나라가 복지국가이다. 누구라도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대신, 사회경제적 권리와 안정적 삶이 모두에게 보장되는 나라가 복지국가이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 이후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까지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촛불의 열기를 복지국가 건설로 이어가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박근혜 파면이라는 하나의 승리를 계기로 새로운 나라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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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13
  • 복지국가의 ‘노후 보장 3대 정책’ 실시하라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3.2%이다. 일본의 26.7%에 비하면 아직은 절반 수준이지만,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2000년 7%였고, 2017년 14%로 고령사회, 2025년에는 20%에 도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OECD 평균의 4배다. 그래서 2065년이면 노인 인구의 비중이 42.5%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아지게 된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국가 복지가 거의 없던 성장지상주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소득과 자산의 편중이 커져서 빈부격차가 심한 세대이다. 또 이들은 부모 세대를 부양했지만 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식 세대의 부양을 받기는 어려워진 세대이기도 하다. 결국 현 노인 세대의 이런 특징은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자살률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보통 가난한 노인들이 외롭고 병이 들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수가 너무 많고, 그래서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의 4배나 된다. 이 말은 프랑스나 독일 할아버지 1명이 자살할 때 우리나라 할아버지 4명이 자살한다는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이자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8.6%인데, OECD 평균 노인 빈곤율 12.4%에 비해 거의 4배나 된다. OECD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 4배는 노인 자살률 4배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1.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하고 실질 가입기간 늘려야 1) 현황과 문제점 선진 복지국가들은 노인 빈곤율이 2∼9% 수준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다른 모든 연령층에 비해 노인들의 빈곤율이 가장 낮다. 공적 연금 덕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국민연금을 받는 경우가 35.6%에 불과하다. 공무원 연금 같은 특수 직역 연금 수급자까지 다 합해도 공적연금 수급자는 39.6%에 그친다. 노인 10명 중 6명은 여전히 공적 연금 없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경비나 폐지 줍는 일이라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인들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보험료율 3%와 급여율 70%로 출범했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 소득 대비 보험료의 백분율’인데 3%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9%이다. 사업장 가입자는 노사가 보험료 9%의 절반인 4.5%씩을 내고,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9%를 전부 부담한다. 그리고 급여율은 가입자의 ‘월 소득 대비 향후 받을 연금액의 백분율’인데, 다른 말로 소득대체율이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의 급여율 70%는 1999년부터 60%로 낮아졌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으로 2008년부터 50%로 인하되었고, 이후 20년 동안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 40%에 도달할 예정이다. 그래서 2016년 현재 급여율은 46%이다. 또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61세부터인데 2033년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2015년 현재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48만원이다. 이 금액은 2015년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 62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지금 연금을 받고 계신 분들은 급여율이 60% 전후로 아주 높았던 과거에 가입한 덕분에 평균 가입기간 15.4년 기준으로 월 평균 48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2028년 가입자부터는 급여율 40%가 적용된다. 이것은 가입기간 40년일 때 급여율 40%라는 뜻이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서 40년을 꼬박 가입한다는 것이 비정규직 등 많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평균 가입기간은 먼 미래에도 22년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 경우는 실질소득대체율이 22%이므로 가입자 평균소득 200만원 기준으로 평균 연금액은 월 44만원이 된다. 결국 훗날에도 국민연금만 놓고 보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성인 인구 약 3천3백만 명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49.4%로 거의 절반이다.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 여기에는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강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아예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층은 소득재분배의 이득도, 미래 세대로부터의 지원도 모두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너무 불안정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문제가 있다. 2) 정책 방안 저소득층의 사각지대를 없애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애초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젊었을 때 노동시장의 격차를 노후에 더 심각하게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지금은 중하위 소득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와 짧은 가입기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2012년부터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14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와 회사에게 연금 보험료의 최대 60%까지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지원 사업의 보험료 지원액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일정기간 동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출산, 군복무, 실업)를 더 확대해야 한다. 셋째, 미가입자의 가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 넷째, 정부가 노동시장에 민주적으로 개입해서 고용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주부 등의 비경제활동인구도 가입토록 해서 전 국민의 ‘1인 1연금’ 시대를 열어야 한다. 2028년 기준의 명목소득대체율 40%를 다시 상향 조정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전제돼야 하므로 쉽지 않다. 그것보다는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보험료를 산정하는 소득의 상한(2016년 현재 434만원)을 높이는 식으로 노력해서 실질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 2. 기초연금: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해결하고 지급액 늘려야 1) 현황과 문제점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여러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미가입자가 큰 손해를 보는 ‘사각지대’ 문제가 없다. 둘째, 기초연금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고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 월 20만원은 부자들에게는 별 게 아니지만 빈자와 서민들에게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셋째, 기초연금은 필요 재원을 그해의 세금에서 조달하는 부과 방식의 제도이기 때문에 ‘거대 기금의 적립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적립금이 2016년 현재 527조원이고 장차 GDP의 50%까지 늘어날 전망인데, 이것이 내수 경제의 제약과 기금운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이런 걱정이 없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급여율이 60%에서 단계적으로 2028년 40%까지 인하되고, 대신에 기초노령연금이 탄생해서 2008년 평균 급여율 5%에서 시작해 2028년 10%까지 인상되도록 설계되었다. 공적 연금으로 국민연금만 있던 우리나라에 기초연금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옳은 방향이다. 2007년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의 급여율 인하를 통해 연금 재정의 안정성을 높였고,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의 줄어든 급여율을 그만큼 보충함과 동시에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도록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기초노령연금을 2배로 인상해서 65세 이상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은 당시 문제인 후보가 지급액을 2배로 늘리면서도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80%로 제한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파격적인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인 2014년 5월 기초연금법을 제정했고, 2014년 7월부터 기존의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기초연금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의 10%에 해당하는 2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어르신 모두가 아니라 소득하위 70%로 제한함으로써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액을 두 배로 올리면서 지방정부에 대한 국고 보조율은 기존의 75%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방정부가 25%를 부담하는데, 당연히 지방정부의 부담이 커졌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수급자 한명에게 기초노령연금 1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지자체가 2만5천원을 조달했지만 기초연금액이 20만원으로 늘면서 이제는 5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2015년 기준으로 기초연금 연간 예산은 약 10조원인데, 중앙정부가 약 7조5천억원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2조5천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장차 노인인구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지방정부가 재원 조달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의 가입기간과 연계해서 감액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고 기초연금은 사회수당으로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제도를 무리하게 연계해서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액은 해마다 물가와 연동해서 조정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 제도가 실시된 2014년의 A값이 200만원이었기 때문에 기초연금액은 A값의 10%인 20만원이었다. 2016년 현재 A값은 211만원인데, 이것의 10%면 2016년도 기초연금액은 21만1천원이라야 한다. 그런데 2016년의 기초연금액은 20만4천10원이다. 약 7천원이 모자란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2014년 기초연금액 20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소득증가율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란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약 40만 명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지급받고 다음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그만큼을 삭감 당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빼앗기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액만큼 소득을 늘려주는 것인데, 가장 가난한 노인들을 여기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정책 방안 무엇보다 기초연금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첫째,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기초연금액의 조정 기준을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가입자들의 소득증가율로 바꿔야한다. 셋째, 기초연금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서 감액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 넷째, 지방정부의 기초연금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초연금은 전국적 복지 사안이므로 중앙정부가 전부 책임지거나 지금의 75%에서 90%로 중앙정부의 부담을 늘려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에게 A값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많이 모자란다. 기초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OECD 18개 국가의 기초연금액은 상시노동자 평균소득의 20%이다. 우리나라는 가입자 평균소득을 의미하는 A값의 10%인데, 가입자 평균소득이 200만원일 때 상시근로자 평균소득은 약 330만원이었으므로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액은 6%에 불과하다. 이것은 OECD 평균인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기초연금액을 현행 A값의 10%에서 15%로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남인순 의원, 전혜숙 의원, 오제세 의원 등이 이미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세 법안 모두 기초연금액 A값의 15%로 상향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철회를 담고 있다. 또 남인순 의원의 법안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80%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옳은 정책 방향이다. 3. 노인장기요양: 대상자 비율 확대하고 공공성 확충해야 1) 현황과 문제점 노인장기요양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수발이나 돌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었다. 임기 첫해인 2003년 ‘공적노인요양보장 추진기획단’을 설치했고, 2004년에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실행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정부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시행된 것은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7월이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2017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건강보험료액의 6.55%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매달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에 6.55%를 곱한 것이다. 현재 가구당 월 평균 건강보험료가 약 10만원이므로 장기요양보험료는 이것의 6.55%인 6천550원이다. 이는 고용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이렇게 조달된 보험료 수입의 20%만큼을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수급자의 급여비용 전액을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수급 대상자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지만 치매나 뇌혈관 질환 등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중에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국한된다. 그러니까,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내고 있지만 혜택은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자만 보게 되는 것이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절차가 시작된다. 공단 직원의 방문조사에서 나온 52개 항목의 종합점수와 의사소견서를 참고해서 등급판정위원회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요양 등급을 결정한다. 1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고, 2등급은 상당부분, 3등급은 부분적으로, 4등급은 일정 부분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5등급은 상태가 심하지 않은 치매 환자를 위한 등급이다. 장기요양 급여에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가 있다. 시설급여는 입소해서 요양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인데,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자 10인 이상의 요양원이고,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입소자 5인 이상 9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이다. 재가급여는 요양 1∼5등급 노인들이 집에 머물면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인정 대상자의 비율이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다. 2015년 현재 46.8만 명으로 전체 노인의 7%에 불과하다. 일본은 18%, 선진국들 대부분은 15%를 넘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등급을 인정받은 경우에도 실질적 혜택이 적다. 1등급은 8%, 2등급은 15%이고, 3등급을 포함해도 혜택이 많은 상위 등급이 전체 인정자의 6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요양시설이 거의 없고, 요양 종사자의 사기와 서비스의 질이 낮다. 또 요양원에 입소해도 될 만한 노인이 굳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원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요양원은 노인요양시설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2015년 12월 현재 요양병원은 1,406개로 약 51만 명이 입원해 있고, 요양원은 5,164개로 약 14만 명이 입소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양병원 입원자 중의 약 3분의1은 요양원에 입소해도 될 분들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요양원에 입소한 분들의 약 30%는 의료서비스 필요 때문에 요양병원이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원래 역할이 달라 상호보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놓고 양자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문제로는 장기요양 이용자의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인 간병비를 환자가 전부 부담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 부담이 월 90∼150만원으로 높다. 그런데 요양원은 요양보호사의 돌봄 비용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은 월 50∼60만원이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요구되는 추가 부담도 있어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장기요양 비용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2) 정책 방안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지 9년째다. 이제 이 제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첫째, 요양병원과 요양원 간의 기능과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서 양자가 상호보완적일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둘째,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국민의 장기요양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도록 대상자의 비율을 지금의 7%에서 14% 수준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셋째, 환자와 가족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급여를 확대하고,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에도 국민건강보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간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요양시설 입소 위주에서 벗어나서 평소에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재가서비스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1%에 불과한 공공요양시설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민간요양시설의 질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의 6.55%인데, 이것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도록 크게 인상해야 한다. 그래야 요양 대상자를 확대하고 요양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공적 투자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의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요양 분야에서 좋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해서 내수경제의 성장과 우리사회의 안정적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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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17-02-13
  • 청년들에게도 따뜻한 명절이 오길
    ▲ 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아직도 취업 못했니?’, ‘결혼은 언제 할래?’, ‘연봉은 얼마니?’ 등등,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는 척하며 비수를 꽂는 각종 질문들을 쏟아내던 친척들과 헤어질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명절의 만남 할머니, 할아버지, 큰 집, 작은 집 등 친척들이 몇 달에 한번 얼굴을 보는 명절들이 청년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지 오래다. ‘고용 절벽’이라 불리는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찾은 직장조차도 자랑스레 얘기하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친척들에게 걱정거리(라고 포장된 사실상 안줏거리)를 제공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 명절 최대의 스트레스로 ‘잔소리, 불편한 친척과의 만남’ 등 정신적 부담이 1위를 차지했다. 세뱃돈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나 며느리 증후군이라 불릴 만큼 고된 음식 준비, 손님맞이, 차례 준비 등 명절 노동보다 모처럼 즐거워야 할 친척과의 만남이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친척들의 잔소리를 센스 있게 극복한다는 ‘잔소리 대처법’, 잔소리와 눈칫밥으로부터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명절 대피소’까지 등장했다. 잔소리 때문에 고향에 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팍팍한 취업난이 명절날 가족과 친척들 간의 정까지 메마르게 만드는 모양새다. 끔찍한 청년 취업난의 실태 그러나 명절날 잔칫상의 안줏거리 정도로 삼기에는 우리나라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은 상상초월이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 통계에 따르면 15세~29세 청년 실업률은 2016년 현재 9.8%이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 지표가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들을 실업자 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실업자를 제한적으로 정의함으로써 많은 취업 준비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을 제외시켜 과소추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년째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역대 최고를 또 다시 갱신한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고용한파의 바람은 더 매섭다. 정부는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을 연령별로 추계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정부의 공식적인 청년 체감 실업률은 알기 어렵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34.2%에 달한다고 한다. 2016년 공식 실업률이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체감실업률 수치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적어도 청년 3명 중 1명은 실업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이 극명히 드러난다. 청년들의 구직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용률 지표를 사용한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42%로 청년층의 절반도 고용되어 있지 않다. 이는 OECD 35개 국가 중 30위로 국제 비교에서도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청년 실업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해도 우리나라 청년들이 유독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 취업난의 진짜 원인 도대체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유난히 더 심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간 쌓여온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노동·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이제 막 사회적 출발점에 서서 새로운 주체로 진입하려는 청년층과 맞닥뜨리면서 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즉,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지 청년층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한 일자리이다. 즉, 노동시간 대비 적절한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이 선호되는데, 문제는 이런 일자리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의 비중은 7.6%로 OECD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적은 일자리 수는 치열한 경쟁과 다수의 패배자를 만들어 낸다. 2016년 10월 지방직 공무원 7급 공채 경쟁률은 122대 1에 달했고, 공기업의 경우 최대 264대 1을 기록했다. 극소수만이 관문을 통과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취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간부문은 더 암울하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나날이 악화되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53.5%)에 그친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무려 3배까지 벌어졌다. 복지 격차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은 거의 100% 사회보험이 보장되지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0년째 30%대에 머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고작 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꽉 막힌 사회에서 청년들은 시간과 돈, 노력을 더 투자해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을 갖고 버틴다. 셋째, 사회안전망이 매우 부실하다.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 평균은 2015년 기준 연평균 667만 원이다. 국가장학금 수혜자 비율이 40%에 불과한 상황에서 절반 이상의 대학생들이 스스로 등록금을 충당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공공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은 10명 중 1~2명이며, 나머지는 약 40~50만 원의 월세도 부담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토익, 자격증 응시료, 원서 접수비, 학원비까지 포함하면 입학에서 졸업까지 평균 8,510만 원이 필요하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져야 하는 이런 부담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갚아야 하는 빚이 되고, 이것이 직장을 구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이 중요한 조건이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넷째, 교육 및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학벌 중심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입시 위주로 짜인 교육과정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시간 낭비’로 보고 막아버렸다. 게다가 스스로 깨우치고, 이것을 발전시켜 직업으로 삼더라도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제반 조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즉, 교육 및 사회 제도와 그것의 영향을 받은 주관적 판단이 일자리를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일자리를 찾는 데 있어서 임금과 노동조건 등 외부적 요소가 주요 판단기준이 되면서 한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끝없이 경쟁하게 돼 버렸다. 청년 취업난을 극복할 정책 방향과 대안 앞서 살펴보았듯이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노동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래서 대안 역시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노동, 교육, 기타 사회적 제도들은 사회의 출발선에 서 있는 청년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청년 실업의 끔찍한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정책은 단지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청년들을 인턴, 영세중소기업, 해외 저임금 취업 등 단기·저임금 일자리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일자리의 질은 어떻든 일단 ‘일은 하고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가 왜 이렇게 발생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정책적 행동이다. 그 결과 매년 1~2조 원씩 예산은 몽땅 투입되는 데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 대해 총체적인 이해가 선행된 후에 각 원인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양질의 일자리 수를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 수는 OECD의 1/3 수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늘릴 여지가 있다. 특히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소방, 경찰, 사회복지,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 공공서비스와 사회서비스 부문에 재원을 적극 투입하여 일자리의 수를 늘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질적 수준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일자리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지금 6,470원인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여 7~8천 원의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려 임금의 격차를 줄이고 기업복지의 영역을 공공복지로 흡수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복지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인턴과 같이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여러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공공기관부터 인턴의 정규직 전환 의무를 준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청년·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경쟁력 있는 유망 중소기업 위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개편하는 동시에 기한과 금액 등을 확대하여 유망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산업 생태계의 개편도 필요하다. 사회안전망 확충 역시 필요하다. 가입 기간에 따라 노후에 받는 금액이 달라지는 국민연금의 경우, 취업이 늦어져 가입을 못하고 있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보험료를 대납 혹은 선납해주거나 크레딧 제도를 활용하여 가입기간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실업급여의 기간을 늘리고 고용보험의 미가입자인 청년들에게 구직과의 연계될 수 있는 전문적인 서비스와 구직 기간 동안 생계의 어려움이 완화되도록 청년의 ‘고용’과 ‘소득’ 보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 또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논의해 봄 직하다. 일자리 안전망에 한정하기보다는 학업 과정에 있는 청년들이 학업과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열중할 수 있도록 등록금 인하, 교통비·통신비 지원, 주거비 지원 등이 제공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차원에서 청년 범정부적 기구를 설립하여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청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자문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청년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 실업은 노동의 영역만이 아니라 노동, 주거, 교육, 사회복지 등 여러 차원의 문제이기에 범정부적 기구에서 청년 실업의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휴일뿐만 아니라 명절 때에도 도서관이나 학원에서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취업을 못했냐고, 언제 시집·장가를 가려는지 걱정된다고 하는 걱정들이 이들을 위축시키고 고개 떨구게 만든다. 그렇잖아도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 사회의 출발선에 홀로 서서 막막한 청년들이 명절 때라도 마음 놓고 가족의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 오피니언
    • 칼럼
    2017-01-31
  • 이런 게 우리 시대의 ‘참된 안보’다
    ▲ 배경민(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 항모를 필두로 서해에서 대규모 해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사드 배치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다가올 대한민국 대선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보통국가화의 야심을 버리지 않고 중국의 항모전단 훈련에 자위대를 보내 대치하는 등 적극적 군사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우리나라 대선 국면에 맞추어 6차, 7차 핵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렇듯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렵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군대는 정치인들의 쇼(show)와 고위간부들의 정계 진출 수단이 된 듯하다. 정치계와 결탁된 군인들이 군내 요직을 차지하고, 방산비리로 점철된 각종 군사 장비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매너리즘과 안전 불감증은 장병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2016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해킹: 창군 이래 초유의 추태 국방부가 2016년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신뢰받는 혁신강군”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 군이 국민적 신뢰를 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혁신을 통해 강한 군대로 거듭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군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믿음보다는 불신과 실망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7일 국방부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북한에 의해 해킹을 당했다고 한다. 8월 3일부터 해킹이 시작되었으나 10월 6일에야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반 정보는 물론 기밀 정보까지 유출되었다. 최악의 사실은 실질적인 안보 전담 최고위 직인 국방부 장관의 PC마저 해킹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은 대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건의 규모와 실상을 파악 중이다. 하지만 10월 6일 해킹의 흔적을 파악하고 2달이 지났는데도 정확한 피해의 규모와 유출된 비밀의 상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는 10월 1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해킹에 대해 보고했지만, 그는 국정감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고 유출된 내용 중 중대한 비밀은 없다고 주장했다. 괘씸죄: 군에서 제일 나쁜 죄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해서 받는 미움이 괘씸죄다. 군대는 계급 사회이며, 계급 차이에 따른 권력의 남용이 언제나 문제가 되고 있다. 군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권 침해나 가혹 행위도 괘씸죄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그 중 2016년 국민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 바로 방송인 김제동씨의 영창 사건이다. 김제동씨는 과거 군복무 중 4성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모종의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김제동씨가 영창이 아니라 군기교육대를 갔다고 주장하며 군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군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군에서 그런 잘못된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대립이 일어났다. 김제동씨뿐만 아니라 전 복싱 챔피언 홍수환씨도 이와 같은 일을 당했다. 프로 복싱 선수로서 군에 입대한 그는 시합을 하더라도 언제나 이겨야만 했다. 시합에서 패하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창이었고, 복싱 훈련이 아닌 일반 군사 훈련을 받았다. 영창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군인 정신이 부족해서’였다. 후일 그는 “링 안팎에서 싸우느라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우리 군에서 괘씸죄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알고 지내자 모임’이 아니라 ‘알짜배기(노른자) 모임’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거지던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대표는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언급했다. 추미애 대표의 뜬금없는 발언은 야당 지지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육군의 고위간부들로 이루어진 ‘알자회’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나회’와는 또 다른 하나의 사조직인 ‘알자회’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고위 장교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국정원 추명호 국장(육사 #41)이 최순실과의 비선 라인을 통해 조현천(육사 #38)을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는 등 군내 알짜배기 보직을 알자회 관련 인물들로 모두 채워 넣고자 인사를 조작했다. 알자회의 존재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군대가 일부 정치인에게 충성하는 조직임을 재차 상기시켰다. 대한민국이 군사정권을 타도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유신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렸다. 극소수가 아닌 모든 장병에게 알짜배기 군대를! 군 내부의 전문성 약화, 경직된 계급 문화와 그로 인한 인권 침해, 국민의 수호자가 아닌 일개 개인의 영욕을 위해 충성하는 정치군인.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 과연 우리 군에 안보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적절한 대응은커녕, 감자 캐듯이 내부 비리만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군의 모습에 상실감이 든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튼튼한 안보의 토양 위에 ‘역동적 복지국가’의 기둥을 세워야 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12월 26일 한겨레 칼럼에서 “외교·안보 상황이 악화되면 국내 경제도 약화되어 경제민주화도 복지 증대도 못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군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외부 환경에 따라 국가의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제도를 만들고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군의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내실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제안 군이 자정작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번 사태들을 통해 명백해졌다. 앞서 언급한 군 내부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이 아닌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의 참여를 통해 군을 정상화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 국민과 시민사회에 의한 감시 체계 확립 한국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폐쇄성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군의 외부 노출을 금지한다. 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감시 기구도 없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군내에서 ‘가공’이 끝난 정보들뿐이다. 특히 인권 부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이런 은폐 공작을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군 인권 옴부즈맨’을 두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19대 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인권 부분을 시작으로 군의 기밀 사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이 너무 많아져 군대가 군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일시적 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민통제(Civilian Control)의 원칙에 맞게 사회적 기준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2) 군의 적폐 청산을 위한 공정한 인사 검증 제도 도입 현재 우리 군 장교단의 인력 구성은 위관급에서는 사관학교와 비사관학교 출신의 균형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나 영관급이나 장관급으로 갈수록 사관학교 출신과 비사관학교 출신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사관학교 출신들은 생도 시절부터 지연과 학연을 통한 ‘줄’을 만들어 서로를 이끌고 보직을 물려받는 식으로 군의 실권을 장악해 왔다. 과거의 ‘하나회’와 이번 최순실 사태를 통해 알려진 ‘알자회’가 그 현실이다. 인사 체계 개편을 위해 우선적으로 인사 검증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참모총장 임명 시 국회 차원의 검증 절차 도입을 제안한다. 이 제도를 통해 사회와 군대의 인식 차이를 좁히고 부적격자를 선별할 수 있다. 또 정치력-군사력 간의 결탁을 막기 위해 군 제대 후 일정 기간 동안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군인이 제대 후 공직에 나가려면 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직에 국방부와 큰 연관이 없는 인물이 취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유럽 및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명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고, 이들은 여성은 군을 모른다는 편견을 깨고 더 혁신적인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3)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투명한 군대 해마다 야기되는 방산비리는 평시에는 해당 장비의 불용에 해당되지만 전시에는 수많은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범죄, 즉 외환죄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아직 준전시 상황인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외환죄를 적용해야 하며,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과 함께 공정한 거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수물자에 대한 완전 공개 입찰을 통해 시민사회의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정보에 대해서도 국민 청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주요 군사기밀이 포함된 정보는 통제된 소수의 인물에게 공개하되, 지금처럼 완전 봉쇄하고 정보의 독점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군대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다면 군은 이를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4) 인권 침해와 가혹 행위 근절을 위한 군내 사법권 ‘해방’ 군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인권 침해와 가혹 행위를 근절할 수 없는 원인 중의 하나는 피해 장병에 대한 구제 절차가 폐쇄적·주관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가혹 행위 피해 신고는 보통 해당 부대 지휘관이나 헌병대 또는 법무부대 등에 할 수 있는데, 이 계통의 맹점은 우선적으로 소속 부대 지휘관을 통해 1차 해결을 시도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휘관은 본인의 부대 내 사건사고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자체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또는 3차의 피해를 입는다. 군사법원으로 사건이 회부되어도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부대 선임참모이거나 차상급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법무관이다. 게다가 형량에 대해 지휘관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법에 따른 올바른 집행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군대에서 법은 지휘관에게 귀속된 하나의 ‘지휘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휘수단에 희생되는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개방적·객관적 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군사기밀과 관련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군사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면 일반법원으로 이관해서 재심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참된’ 안보 우리나라는 수차례에 걸쳐 군사정권을 경험하면서 선진국과 같은 문민통제의 원칙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군권은 모두 군인들이 계속 쥐고 있다. 정치력과 결탁한 군사력은 시민사회의 감시 노력을 법과 돈으로 무산시키면서 자신들만의 ‘모임’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 끌어내리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촛불은 다시 올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며 현재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우리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다. 그리고 다가올 아침은 촛불의 힘으로 구체제의 적폐를 불사른 뒤 맞이하는 찬란한 새날이다. 이제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군권을 그들만의 모임으로 둘 수 없다. 국민들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진실로 알짜배기 군대가 되어야 한다. 최첨단 무기와 장비만으로는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군대만이 참된 안보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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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1-09
  • 촛불 시민혁명으로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극복하자
    ▲ 김대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까지 쉼 없이 달려 온 탄핵 열차를 바라보는 외신이나 외국인들은 수백만 명이 결집한 대한민국의 촛불 민심에 놀라고 그들의 질서정연함에 다시 한 번 엄지 척을 치켜세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은 왕조시대에서 공화정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체의 교체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이는 세계사에서 흔치 않는 역사이지만 사실은 우리 안의 수치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지배계급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죄와 심판이 없었던 불행한 역사의 반복은 이제 그만! 또한 이것은 외세에 나라를 팔아먹으며 계급적 지위를 승계한 지배 세력들의 비굴한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일제 36년의 역사가 시작이 되었고, 백성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온갖 치욕과 굴욕, 탄압과 고문, 그리고 죽임을 당했다. 해방 이후에는 새로운 외세 때문에 나라를 팔아먹은 세력들과 부역 세력들은 또 다시 단죄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 매판 세력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죽음을 출세의 발판을 쌓는 데 이용했다. 간략하게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전범들뿐만 아니라 부역자들까지 세계 어디에 숨어 있든 찾아내서 단죄를 한다. 이유가 뭐겠는가? 다시는 전범국가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미래에는 과거를 교훈으로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독일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독일은 망해가는 전범국가에서 새로 태어낫고, 세계적 선진국으로 우뚝 서 있다. 대한민국 역시 근·현대사에서 시민혁명에 준하는 거사 완수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늘 민초들이 차린 밥상을 서로 먼저 먹겠다고 달려든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소중한 밥상이 엎어졌다. 대표적인 게 87년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그것의 성과라고 한다면 절차적 민주주의의 획득이었다. 그 후 우리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관점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맛보았을 뿐이었다. 이후 30년은 이 땅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도래하지 않는 반쪽 민주주의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지금 다시 광장에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촛불의 메시지는 이렇다. 첫째, 촛불의 열기와 성과를 다시 특정 정치 세력이 독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낡은 체제(앙시앵 레짐)의 변혁을 외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혁명에 준하는 변혁을 바라고 있다. 셋째, 역사의 죄인들에 대한 확실한 단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는 반복된 실패의 역사나 민주주의의 역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실질적 민주주의가 정착되길 바라고 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때라야 완전한 민주주의가 달성되는 것이다. 바로 헬 조선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인적 교체가 아닌 ‘제도 개혁’이 먼저다 지금껏 기성의 정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서둘러 선수 교체를 발표했다. 주로 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론을 내세우는 식이었다. 실제로 우리 정치는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선수교체율이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인적 교체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교체가 주로 상대 계파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정치권에 진출한다고 해도 현재의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는 한 그냥 1/N 의원으로 무기력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정당 계파의 눈치를 보고 여기에 줄을 선다는 것이다. 정당의 목적이 권력의 획득인 것은 언제나 옳다. 그래야 정당의 가치와 정책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의 목적이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일이 늘 그렇게 진행되고 만다. 이번 촛불 광장의 민심만 봐도 그렇다. 광장의 민심은 늘 정치권보다 한발 앞섰고, 정치권은 계산기를 두드리다 뒤늦게 끌려 나오는 형국이다. 이것은 우리 정치권이 정국 현안과 민심을 발 빠르게 청취하고 먼저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치 지형의 변동에 당황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사안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인재나 영웅호걸이 정치권에 입성한들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는 변함이 없게 된다. 그래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야 정치권에서 단행하는 선수 교체는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일 뿐이다. 시장만능주의 헬 조선 벗어날 대안 만들어야 지금이 야당으로서는 최고의 정치적 호기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집권여당의 재벌 대기업과 부자 특권층을 위한 정책들을 주로 집행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더구나 우리 사회 특권층의 갑질 문화와 특권의식은 그 정도가 너무나 심각했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마저 그들에게는 예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행위들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권력기관과 언론기관까지 통제하며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국정을 농단해왔다. 사회안전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압도적 세계 1위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알바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청년들, 노후의 편안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내야할 노인들은 전체 노인의 4분의1이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보통사람들은 평생을 일해 봐야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게 지금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이다.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이 불안하고 불행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런 시장만능주의,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야당들도 국민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여소야대의 국회까지 만들어줬다. 그럼에도 그들은 산적한 대한민국의 병폐를 거의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 야당들은 박근혜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헬 조선을 탈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법률과 제도로 확립할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는 야당이 그동안 지탄받아온 바를 사죄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적 87년 체제와 경제적 97년 체제를 끝내자는 촛불 민심의 요구 박근혜 탄핵의 국회 가결 이후 여야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은 차기 권력 창출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골몰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달프고 성난 촛불의 민심은 구체제의 청산과 보통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외치고 있다. 다시 말자자면, 정치적으로는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97년 체제’의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의 체제 변화가 시대적 당면과제로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정치적으로는 승자독식-패자전몰의 ‘단순다수대표제’라는 선거제도와 정당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49대 51로 승부가 갈리는 현행 선거제도는 51%의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게 되어 있다. 반면 49%의 민의는 사장된다. 그러다 보니 권력을 획득한 쪽과 패배한 쪽이 집권기간 내내 반목하고 질시한다. 이런 정치의 역사가 87년 이후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가령, 세 후보가 34%, 32%, 31%의 득표를 했을 때 34%를 득표한 당선자는 이런 낮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 이로 인해 집권 기간 내내 나머지 약 70%의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발목을 잡힌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사표를 방지하고 지지율만큼 권력을 획득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다. 국민들은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하고, 정당들이 지지율에 비례하여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다. 요즘처럼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거대 양당이 독점하거나 반공 이념에 사로잡힌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 가둘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현행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선거 때는 거대 양당이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다 해결할 것처럼 말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바로 이런 기이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 이후에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전체 국민의 40% 가까이 되는 일이 늘 벌어진다. 그리고 국민들이 진보적 정당들에게 5~10%만 표를 주어도 15석~30석의 의석이 생기고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나 청년이나 여성을 주로 대변하는 정당, 또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당들도 생겨서 작은 지지율로도 국회 입성이 가능하게 된다. 일명,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당이 너무 많아진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미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보통 4-6개 정도의 원내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실 정당 득표의 하한선인 3%의 지지를 얻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원내의 다양한 정당들이 자신의 취지에 맞는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며, 결국 다양한 국민적 이해와 요구가 대의정치에 반영되게 된다. 우리는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그럴 때라야 거대 양당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선거 때마다 거대 정당 외의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기권을 하거나 차악을 선택하는 것도 막을 수 있게 된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넘어설 각오와 용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1996년 말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서 선진국이 다 된 것처럼 요란했다. 그러나 1년 후 IMF 외환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재앙을 마주했다. 사실, OECD에 가입하려면 신자유주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것임에도 당시 정치권은 조급하게 금융시장의 개방과 노동시장의 유연화, 근로자 파견제 등을 수용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선진국에서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던 시기였음에도 대한민국에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검토나 공론화가 정치인들의 무능과 이익을 위해 무시돼 버렸다. 결국 97년 체제는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인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 34개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전락했다. 국민 행복지수도 터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다. 국민이 불안하고 불행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의 임금상승률은 제자리에 머물고, 지불해야 할 각종 비용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가슴 아픈 형국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 질서라는 허울은 재벌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의 국민들을 희생시킨다. 이것이 헬 조선이다. 국민들은 ‘살아가는 게 힘들다’며 아우성을 쳐도 ‘97년 체제’인 신자유주의 노선은 진보 정권에서나 보수 정권에서나 마찬가지였다. 점점 더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경제학자들 역시 시장의 우위만을 주창한다. 분배와 정의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기득권 세력의 탐욕은 30대 재벌 대기업 기준으로 현재 그들의 창고에 800조 원이 넘는 돈이 쌓여 있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1년 예산의 두 배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곳간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앞에서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다.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보통사람들이 행복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요구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9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적 87년 체제와 경제적 97년 체제를 끝내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영원히 헬 조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 대다수의 삶이 끝없이 추락함에도 불구하고 재벌 기득권과 낡은 정치 세력들은 자신의 부와 권력만을 위해 낡은 체제를 유지하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촛불에서 보여준 수백만의 함성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이 대열에서 역사를 거스르고 시대를 역행하는 낡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정치 시스템을 만든 낡은 선거제도와 정당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그리고 역사의 본질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느 정권이 들어선들 경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대한민국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 87년 이후 30년 동안의 학습 효과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이 행복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 제도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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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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